삼촌은 왜 그때 논설문에서 0점을 맞았을까?

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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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내 조카야,

    벌써 3년째 석사 연구생 시험이라는 높은 벽 앞에서 다시 한번 신발 끈을 묶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삼촌은 먼저 그 길을 지나온 한 사람으로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여기서 멈추겠느냐"며 다시 펜을 잡는 너의 단단한 의지는 사실 너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 수험표를 손에 쥐고 결과 앞에서 울고 웃었던 수많은 젊은이가 공유하는 뜨거운 불꽃일 것이다. 그 끈기를 옆에서 지켜보는 삼촌은 네가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하지만 삼촌은 오늘, 네가 소중히 여기는 그 "포기하지 않는 마음"에 "유연한 시선"이라는 날개를 하나 더 달아주고 싶구나.

    그래서 오늘 삼촌은 "포기하지 말라"는 흔한 위로 대신, "조금 다른 방향에서 자신을 바라보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삼촌이 고중학교 시절, 어문 시험을 치를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작문의 논설문 주제는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는 속담이었다. 교실 안의 모두가 그 속담이 정답이라 믿으며 끈기와 집중에 대해 쓸 때, 삼촌은 홀로 다른 생각을 적었다. 변화하는 시대에는 여러 우물을 파야 하며, 다양한 경험이 오히려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여러 논거를 들이대며 펼쳤고, 그대로 시험지를 바쳤다.

    결과는 0점이었다. 선생님은 내 글을 반마다 들고 다니며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반면교사의 예시로 읽어 주셨지만, 참 기묘하게도 그 글은 친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고 결국 학교 교지에 실리기까지 했다. 그때 삼촌은 처음으로 깨달었다. 정해진 답안지 밖에도 세상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해진 정답의 궤도에서 살짝 고개를 돌릴 때, 비로소 세상이 숨겨둔 수만 가지의 기회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삼촌은 그때의 0점을 통해 배웠다.

    우리는 흔히 실패를 단순히 "넘어짐"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삼촌은 실패를 이렇게 받아들이고 싶다. 실패란, 내가 파고 있던 우물의 위치를 다시 점검하라는 세상의 가장 솔직한 신호라고 말이다.

    세계적인 기업 "코닥(Kodak)"을 보아라. 그들은 필름이라는 자신들의 우물에만 집착하다가 디지털(Digital)이라는 거대한 해일을 맞고 몰락했다. 반면, 원래 컴퓨터 회사였던 "애플(Apple)"은 어떠했니? 그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에 안주하지 않고 음악, 전화기, 콘텐츠(Contents) 서비스라는 새로운 우물을 끊임없이 파 내려갔다. 그 유연함이 오늘날의 애플을 만든 것이다.

    인류 최고의 천재라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역시 화가이기 전에 탐구자였다. 그는 화가였지만 해부학, 공학, 수학 등 수많은 우물을 동시에 팠다. 만약 그가 그림이라는 한 우물만 팠다면, 인체의 신비를 담은 모나리자의 그 오묘한 미소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우물을 파며 얻은 지식들이 연결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일본 전통 카드 게임인 화투(하나후다)를 만들던 "닌텐도(任天堂)"가 그 전통 산업에만 머물렀다면, 오늘날 전 세계가 사랑하는 슈퍼 마리오와 젤다는 없었을 것이다.

    조카야, 전공 하나 혹은 시험 하나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의학을 공부하든 무엇을 전공하든,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넓은 무대를 가지고 있다. 시험을 준비하는 치열한 시간 속에서도 언어를 배우고, 기술의 흐름을 읽고, 세상의 변화를 살펴보는 작은 여유를 가져 보길 바란다. 요즘 세상은 한 분야만 깊이 아는 전문가보다, 여러 분야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융합형 인재"에게 훨씬 더 많은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생을 경영하는 "분산 투자(Diversification)"의 원칙과도 닮아 있다. 현명한 투자자는 결코 한 종목에 전 재산을 걸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시장의 흔들림에 대비해 여러 자산에 나누어 투자함으로써 위험은 줄이고 성장의 기회는 넓힌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 길에 모든 의미를 걸면, 그 길이 잠시 흔들릴 때 세상 전체가 무너지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여러 가능성의 우물을 함께 파고 있다면, 한 번의 낙방은 끝이 아니라 현명한 방향 조정이 될 수 있다.

    운동에서도 이 원칙은 명확하다. 많은 운동선수가 한 가지 종목에만 몰두하다 보면 특정 부위의 근육만 과부하가 걸려 부상을 당하기 쉽다. 그래서 최고의 선수들은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을 통해 여러 가지 운동을 병행한다. 수영 선수가 산을 타고, 축구 선수가 요가(Yoga)를 하며 몸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에만 너무 깊이 매몰되면 마음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마음의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켜야 지치지 않고 원하는 목표까지 완주할 수 있다.

    길이 막혔다고 느껴질 땐,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어 보아라. 삼촌처럼 "혹시 주변에 또 다른 우물이 있지는 않을까?" 하며 주변을 살짝 살펴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세상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기회는 늘 곁에서 우리가 시선을 옮겨주기 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우물을 파며 땀 흘리고 있을 너와, 그리고 너와 같은 길을 걷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으며, 다만 가끔은 고개를 들어 지평선을 바라보는 여유만 허락한다면 세상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새로운 문을 열어 보일 것이다.

    지금 낙방의 자리에 서 있더라도, 너의 인생은 여전히 눈부시게 진행 중이다.

    우리 조카! 이 삼촌은 언제나 너의 편이며 너를 항상 응원하고 있다. 화이팅!

 – 2026/01/13 최종수정  –

원본글 :  https://wulinamu.com/wlnm/39769/

#우물을 파도 여러 우물을 파라